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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해야 할 사람들

Written on 2025-11-30

혹시 주변에서 상처를 주거나 스트레스를 받게 한 사람들이 있었다면.. 전부는 아닐지라도 그들 중 감사해야 할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마음 속에 미움이 솟구치더라도 이성적으로 생각할 때 필히 감사해야 할 사람들이라고 느끼면, 마음이 편안해질 뿐 아니라 이 세상의 원리에 대해서 달리 보일지 모른다. 이것은 종교에서 말하는 영적인 가르침이나 긍정 심리학에서 말하는 마음 수행 따위를 말하는 게 아니다. 정말로 내가 있는 이 곳을 더 안전하고 편리한 곳으로 만들고 세계에서 가장 가성비 좋은 국가로 만드는데 나 대신 그들이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는 것일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2026년 예상 국방비는 66조 3천억원으로, 이는 GDP의 2.8%에 해당하는 수치다. 2025년 기준 우리나라의 군사력은 세계 5위에 해당한다는 보고가 있다. 아니 그 흔한 국지전 한 번 안나는 평화로운 나라에서 그렇잖아도 저출산 고령화 문제, 지방 개발 문제가 시급한데 왜 그렇게 국방비를 쏟아 부을까? 한 절반으로 줄이고 그 돈 좀 더 국민 복지에 쓰면 되지 않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옆에는 지구를 몇 번이고 멸망시킬 수 있는 핵무기를 가진 중국이 호시탐탐 대만 침공을 노리고 있고 위에는 한국과 미국 괴뢰집단(?)을 핵무기로 다스리겠다는 북한이 있으며 옆나라 일본도 독도 문제로 아직까지도 우리와 티격태격하는 사이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역시 세계를 석기시대로 만들 수 있을만큼의 핵을 보유한 러시아도 한 때 한국에 실수하지 말라고 경고한 적이 있다. 우리는 계속 지금의 경제 수준을 유지해야만 비로소 이 어마어마한 강대국들 사이에서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 가장 좋은 것은 모든 나라가 무기를 내려놓고 평화롭게 살자 악수 하는 것이겠지만 그런 일이 과연 인류가 존재하는 기간에 과연 일어나기는 할까?

결국 한국인들이 받는 커다란 스트레스의 기원은 바로 이같은 지정학적 위치의 불리함, 여기서 발생하는 국가 차원의 불안에서 시작된다. 이렇게 미친듯이 국방비를 쏟아부어야만 간신히 평화가 유지되는 나라라면, 그로 인한 긴장과 스트레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메커니즘을 통해 국민들의 일상에 내려올 수밖에 없다. 강박적으로 맨날 미래가 어둡다고 징징대는 재벌그룹 회장들, 경제 성장만을 외치는 정치인들, 그런 윗사람들로부터 내려오는 실적 압박에 시달려 앵무새처럼 성장과 경쟁 승리를 외치는 각 조직 고위직 임원들은 모두 그런 국가적 불안에서 비롯된 내리갈굼을 온몸으로 받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유별난 게 아니라 오히려 반대다. 실제로 한국이란 거대한 실체는 거친 폭풍우 속 외줄타기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일지 모른다.

그렇게 내려오는 국가적 불안은 모두의 마음 속에 '믿을 것은 돈과 경제성장' 뿐이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었고, 그래서 오늘도 다들 열심히 스트레스 받으며 일을 해내고 있다. 가끔씩 견디기 힘든 그 스트레스를 주변에 풀 때가 있을텐데, 그럴때면 '아 정말 힘들겠구나..' 하고 속으로라도 공감을 해주는 것이 좋겠다. 모두가 그렇게 열심히 달리고 몸과 영혼을 갈아넣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 한국의 전국민이 그 혜택을 누리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한국과 같은 고품질 의료 서비스를 이렇게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없으며, 한국의 치안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새벽 배송이나 하루이틀, 기껏해야 몇 일 이내에 전국의 모든 물건을 저렴한 배달료로 받아볼 수 있는 것 역시 모두가 열심히 일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툭하면 대통령이 감옥에 가고 좌파 우파 진보 보수 가릴것 없이 조금만 정치를 못하면 바로 시민들과 언론의 공격을 받아 정권이 교체되어 버린다. 대통령만 바뀌는 게 아니라 시장, 국회의원, 구의원 모두 누구 하나 잘못하면 바로 교체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정보 소통이 원활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국민들 개개인이 모두 까다롭기 때문이기도 하다. 단기적으로는 우리나라도 물론 정치권에서 부패한 모습들이 나타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그 죄값을 치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뭐든 조금이라도 잘못되었다고 느끼면 바로 집요하게 달려들어 바꾸고 고치고 난장판을 만들어버리는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

세계 행복 리포트 순위에서 한국이 56위 안팎이지만, 실제 2024년 기준 하루 중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는 정도의 순위는 111위고 부정적인 기분을 느끼는 순위 역시 70위 ( 숫자가 작을수록 더 행복한 국가 )에 속한다. 그냥 간단히 일상의 행복 수준이 100위권 가까이 된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이런 일상 행복감을 느끼는 순위가 높은 국가들 중에 동남아나 남미 등 정치권이 부패해서 회복될 가능성이 낮은 국가들이 많다. 정치가 부패하면 보상 체계가 왜곡되기 때문에 경제 발전은 절대로 이룰 수 없다. 한국이 계속해서 경제가 발전하고 점점 더 편리한 국가가 되는 이유는 결국 위에서 내려오는 불안이 일상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에, 모두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몸과 시간을 갈아 넣고 있는 덕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주변에서 누군가 '왜 너는 이것도 못해' '왜 너는 더 열심히 하지 않냐' '왜 그것밖에 못하냐' 라는 핀잔과 비난을 들었다면, 상처 받으면서 속으로 곱씹지 말고, '아 저 분은 나를 대신해 이 나라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위에서 내려오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온 몸으로 떠앉고 있구나. 대충 맞춰주는 척이라도 하자. 그리고 속으로 감사를 드리자' 고 생각하자. 이것은 결코 비꼬는 것이 아니라, 실체적 진실에 가깝다. 그들은 분명 나를 대신해 장기적으로 나에게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 나라를 먹여 살리는데 기여하고 있으니까. 그들이 받는 스트레스, 뭔지 모를 무언가에 대한 압박 덕분에 한국은 계속해서 발전할 수밖에 없으며, 그 혜택은 몸이 힘들어 쉬는 사람에게도 최소한의 삶을 보장해주게 될테니까. 정말로 세상엔 국민들 다수가 게으르고 낙천적인 대신 여차하면 당장 하루 하루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하는 국가들이 많다. 우리는 약간의 불안과 스트레스만 처리하는 법을 익히면 그렇게 될 일이 전혀 없는,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국가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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