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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보상 회로와 정신 건강

Written on 2025-11-30

나는 어린 시절 신경정신과에서 ADHD 와 틱 장애 진단을 받은 바 있다. 둘은 전혀 별개의 질환도 아니고, 우울이나 불안 증상을 나타내는 뇌신경세포의 상태와 근원적인 원리가 크게 다르지도 않다. 사실은 그런 정신적 문제들이 그저 타고난 성향에 불과한지, 어린 시절의 결핍과 같은 문제 때문인지, 아니면 치료해야 할 질환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초등학교 시절 통지표에 '학습태도 산만하여 주의를 요함' 이라고 써 준 담임 선생님의 의견이 기억난다. 학부모 면담 때 어머니가 들은 바로는, 선생님이 반 아이들을 모두 웃겨주고 있을 때 나 혼자 무표정으로 먼 산을 보고 있었다고 한다.

이런 내 성향과 마음 속 심리 상태는 성인이 되어 나이가 들어도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어릴때, 그리고 대학생활과 사회생활 초기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나의 무반응과 같은 태도 때문에 지적을 많이 받았고 스스로도 이에 대해 자괴감을 많이 느끼고 바뀌기 위해 노력도 많이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직감적으로 나는 그냥 이렇게 태어난 것에 불과하며, 그 원인을 밝히는 것은 무의미한 일임을 느꼈다.

유유상종이라고 마음이 통하는 비슷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때면, 서로 비슷한 면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그런 비슷한 면 중 충동성, 그리고 무엇인가에 중독되기 쉬운 성향을 가졌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마침 중독 그리고 충동성에 대한 연구는 꽤 많이 이루어져 있는데,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우리 뇌 속 선조체라는, 운동과 습과 그리고 보상 조절을 하는 부위이자 흔히 말하는 도파민 쾌감 보상 회로의 한 구성요소의 어떤 상태와 관련이 깊다고 한다. 이 부위에서 발견되는 쾌감 보상을 조절하는 Dopamin 2 수용체의 숫자가 중독 성향과 충동 성향이 높은 사람이나 동물에서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것. 이로 인해 보상 회로의 역치값이 높아지는데, 이는 즉 보통의 사람들보다 즐거운 자극에 대해 느끼는 쾌감의 크기가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유를 하자면 다들 10 정도의 쾌감을 느낄만한 맛있는 음식 등에 대한 쾌감 수준이 5정도만 느끼기 때문에, 그 남은 5를 더 느끼고 싶어서 점점 더 그 음식에 탐닉하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10정도의 쾌감까지는 이르지 못한다는 뜻이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제한된 동물 실험, 제한된 보상에 대한 인지 신경 실험으로 도출된 연구이며, 이를 실제 상황으로 확장시켜 보기 위해선 약간의 상상력과 추론이 필요하다. 이런 성향의 사람들이 타고나는 것이 맞다면, 그런 성향을 타고난 데엔 분명 진화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고, 이런 성향에게 더 어울리는 삶의 방식이 따로 있을 거란 것이 나의 추측이다. 보상 회로가 일으키는 쾌감이 적은 것은 분명 그런 쾌감 전달 신호가 평범한 사람들만큼의 수준만 이르러도 뇌신경세포가 쉽게 지치거나 염증이 일어나는 어떤 메커니즘이 있을 것이고, 그 메커니즘에는 아마도 뇌신경세포가 예민하게 반응하고 복잡하게 일하는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는 다시 예민하고 쉽게 불안을 일으키는 성격으로 이어진다.

최근 여러 명상 모임을 다니면서 알게된 사실이 있다. 평소 생각도 많고 쉽게 불안과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다 어디 갔나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명상 모임에 다 모여 있었던 것. 어떤 명상 강사는 젊은 시절 너무나 불안한 나머지 친구와 연인에게 집착한 이야기를 해주는데 그걸 숨기지 않고 그렇게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 자체가 참 용기 있어 보였다. 아마도 다들 한 때는 자기에게 큰 이상이 생긴거라 여기고 그것을 숨기기 바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냥 타고난 성향이겠거니 하고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지나고 보니 한 때 유행했던 여러 라이프 스타일 방식이 전부 이런 타고난 예민이들, 불안쟁이들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닌가 싶더라. 이를테면 심플 라이프, 즉 주변의 복잡한 것들을 정리하고 일상을 단순화시키기가 한 때 유행한 적이 있었다. 그걸 뇌신경세포의 예민함, 그리고 외부의 자극에 대한 쾌감을 덜 느끼는 특성과 연결지어 보자면, 결국 인생에서 집중해야 할 한 두 가지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전부 신경 끄고 알아서 흘러가게 냅두는 것이 뇌신경세포를 보호하고 계속 생기를 유지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지금 세상은 과거와 비교해서 분명 뭐가 크게 바뀌었다. 모바일 네트워크, SNS와 소셜미디어, AI, 그리고 이런 것들이 만들어낸 복잡한 라이프스타일은 사람들, 특히 예민한 사람들의 뇌를 계속 지치게 만들고 쾌감의 역치값을 한도 끝도 없이 높여 그 어떤 것에도 만족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지금의 빠른 시대 변화는 어쩔 수 없이 많은 것들을 운에, 그리고 시대 흐름에 내맡길 수밖에 없도록 사람들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력화시키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아무리 계속해서 대응책과 계획을 세워도 끝이 나지 않는다. 그만큼 변화의 속도가 무섭고, 변화의 크기도 점점 더 커지고 있고, 이미 이것은 한 개인이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요즘 내가 실천해보고 있는 것은, 정말로 내가 관심 있는 한 두 가지만을 남겨놓고 나머지를 모두 머리 속에서 지워보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그동안 신경 썼던 대부분의 것들을 머리 속에서 지우고, 오로지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 두가지에만 집중해 보고 있다. 이는 한편으로 명상, 그리고 라이프 스타일 다이어트 그 자체일 수도 있겠다. 신경 끄기로 한 것들에는 매우 중요한 것도 포함되어 있는데, 실은 그 중요한 것 역시 알고 보면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그저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주어져야 할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최근에서야 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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