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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Written on 2025-12-01

봉은사에서 몇 개월간 명상 수업을 듣고 난 후부터 명상에 관심을 갖고 이 곳 저 곳 명상 수업을 찾아 다니고 있다. 그러면서 알게 된 사실은 최근 꽤 많은 사람들이 명상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쌓인 뇌과학 연구들의 대중화, 스마트폰을 통한 소셜 미디어와 SNS 중독의 부작용이 떠오르면서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점, 명상의 효과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들이 조금씩 알려진 점 등등이 모여 나타난 현상이 아닐까 싶다.

명상의 효과는 불안, 중독의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뇌과학 연구들과 맞닿아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연구에 따르면, 우리 뇌는 무엇인가에 몰두하거나 마음이 편안할 때엔 별다른 생각이 피어오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다 해결해야 할 문제나 외부의 위협 등이 발생하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즉 DMN 상태로 들어가는데, 이 상태에서 우리는 깊은 사유와 생각, 고민을 통해 문제 해결을 모색하고 과거를 회상하거나 미래를 예측하는 활동을 한다. 적당한 수준의 DMN 상태는 현실에 대해 좀 더 현명한 판단을 하는데 도움이 되고 창의적인 생각을 떠올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뭐든 과하면 문제가 되는 법. 뇌를 쉬지 못하게 끊임없이 스마트폰 속 자극적인 컨텐츠들에 몰두하거나 일상에서 지속적인 불안과 스트레스를 경험하면 우리의 뇌는 DMN 상태에 과도하게 머무르며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다. 이것이 뇌의 균형이 깨진 상태로, 이 때문에 불안과 정신적 고통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깊은 명상이 바로 이렇게 균형이 깨진 뇌를 다시 원래 상태로 돌리는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나 역시 처음에는 명상의 효과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 명상인들이 과장을 하는 거란 생각도 했다. 그런데 억지로라도(?) 명상을 꾸준히 실천하면서 아주 조금씩 내 안의 무엇인가가 변하는 것을 느끼고 있다. 내가 주로 하는 명상은 초보 수준의 호흡 명상인데, 그저 눈을 감고 들숨 날숨마다 숫자를 세는 것이 전부다. 그러면서 갑자기 엉뚱한 생각으로 빠질 때가 있는데 그 때 '또 빠졌네 에잉' 하며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과 숫자로 돌아간다. 혼자 싱잉볼을 치기도 하고 유튜브에서 명상하는 스님의 영상을 틀어놓기도 한다. 명상 모임에서 다른 사람들과 명상을 할 때도 이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 아무래도 혼자 하는 것보다 사람들과 함께 할 때 명상이 더 잘되는데, 내 느낌에 모두가 둘러앉아 함께 명상을 하고 있는 그 자체가 좀 더 편안히 내 마음에 집중하게 만드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듯 하다.

명상의 느낌을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과거 명절에 시골 큰 집에 내려갔을때, 아직 개발이 덜 된 그 때 깨끗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하늘에 별이 쏟아질듯 가득 저마다의 빛을 발하고 있었다. 별빛은 밤하늘을 밝혀주며 하늘의 광대한 공간을 느끼게 해주었는데, 마치 어두운 저녁 거대한 올림픽 경기장 같은 곳 여기저기 빛나는 불빛들로 그 공간의 크기를 느끼는 것과 비슷한 원리였다. 그렇게 끝모를 밤하늘의 공간감은 내 가슴을 압도하는 느낌을 주었는데, 이런 느낌은 아직 대자연이 남아있는 해외 여행지를 방문하거나 밤바다를 볼 때도 여전히 느낄 수 있는 감각이다. (다만 지금 그 시골은 개발이 완료되어 밤에도 산만한 불빛 때문에 더이상 그런 느낌을 누리기 힘들어졌다.) 이것이 내가 명상을 할 때 떠오르는 느낌이다.

과거 사람들은 개발이 덜 된 자연 속에 머물면서 누구나 의식하지 않아도 이런 명상의 마음 상태로 쉽게 빠져들지 않았을까 싶다. 고요한 밤공기 속에서 하늘을 보거나 저 먼 산과 바다만 바라보고만 있어도 마음 속에서 다른 잡념에 빠져들기도 힘들만큼 자연에 압도당하는 느낌을 자주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즉 가르쳐주지 않아도 쉽게 명상 상태에 빠질 수 있었고, 그래서 머리가 복잡해질만한 일이 있어도 금방 뇌가 균형 상태로 돌아올 수 있지 않았을까.

여기서 또 하나 추측을 해보자면, 우리 뇌 역시 진화가 현재 진행 상태라는 것을 떠올려 볼 때 우리의 이성적인 뇌, 즉 끊임없이 현재에 머물지 못하고 과거나 미래에 관한 생각과 고민에 빠져들게 만드는 뇌와 감정과 본능과 관련 깊은 원시적인 뇌가 아직 완벽하게 서로 조율되지 않은 상태가 아닌가 싶다. 컴퓨터의 상황에 빗대어 보자면, 마더보드와 그래픽 카드, 하드 디스크 등등을 서로 다른 업체에서 만들어 컴퓨터 조립을 하면 어느정도 표준 규약을 기반으로 만들기 때문에 작동은 하지만 가끔가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오류가 나는 것과 같다. 아무래도 이성을 담당하는 뇌는 인류의 진화 시계상으로 비교적 최근에 발달했기 때문에 이성적 뇌와 원시적 뇌가 여전히 서로 싸우거나 타협, 양보해 가면서 조율 진행 과정에 있을 거란 뜻이다.

자극이 적고 시대 변화 속도가 크지 않은 과거엔 그래도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로 올수록 점점 더 빠른 시대 변화와 기술 발전으로 인해 사람들은 생각하고 고민할 것들도 많아지고 감각 기관들이 쉴 틈없이 수많은 자극을 받으면서 뇌에 과부하가 걸리는 일이 많아졌다. 아직 마더보드와 그래픽 카드 사이의 데이터 전송을 시험해보는 단계에서 무작정 연결하고 전원을 켜고 복잡한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처럼, 아직 이성적 뇌와 원시뇌 사이의 인터페이스가 불완전한 상태에서 너무 많은 감각 데이터와 고민할 꺼리들이 우리 뇌에 부과되고 있다는 뜻이다. 남들보다 뇌신경세포가 더 예민한 사람들은 더더욱 뇌에 부담이 커진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래서 문명 사회가 시작되고 사회가 발전하면서 나라마다 지역마다 시기마다 다르지만 '굳이' 마음을 다스려야 할 필요성이 늘어났을 것이고 한편으로 수많은 종교단체가 이를 담당하지 않았을까 싶다. 명상의 시초는 불교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른 많은 종교들의 제의식, 미사, 목회 등등은 모두 기본적으로 명상의 마음 상태로 들어가는 집단 의식을 닮아 있다. 신을 믿든 안믿든 인간이 본래 종교적 존재라는 주장도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명상 상태에 머무르며 마음을 치유하기 원하기 때문이라 추측할 수있다.

다만 아직 일상에서 무엇인가에 몰입할 때와 명상 상태가 같은 건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 생각을 멈추거나 떠오르는 생각을 알아차리는 것, 현재 나의 감각을 오롯이 느끼는 것, 무엇인가에 온 정신을 집중하는 것 등등 몰입이나 명상을 설명하는 말들은 어느정도 모호한 면들이 있으며, 이같은 상태를 연구하는 뇌과학 연구들도 아직 기술적으로 각각의 상태를 구분할만큼 해상력이 높지 않다. 그럼에도 명상이나 몰입을 추구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이야기를 들어보면 불안이 가라앉았다든가 좀 더 현생을 사는 느낌, 마음이 충만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등등 비슷한 방향을 가리키는 내용들이 많다. 마음의 불안이나 고통이 이성적 뇌와 원시 뇌의 덜 발달된 조율 기능에서 비롯된 문제라면 명상은 그냥 일상의 한 루틴에 넣어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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