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을 키워드로 한 모임들을 찾아 다니다보니, 나처럼 정신적인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꽤 많이 만나게 된다. 내과에 앉아 있으면 세상 사람들이 다 감기 환자같고, 약국에 있으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시도 때도 없이 약을 찾는 것처럼 느껴지듯이, 명상 모임에 가면 세상 사람들 모두 마음이 불편한 사람들처럼 보인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런 모임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여지껏 사는 동안 주위에서 잘 보기 힘든 사람들이었다. 한편으로는 반가운(?) 마음에 정신적인 문제를 해소하는 방법에 대한 주제로 대화를 시도해보면, 대부분은 눈이 반짝반짝 빛나며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공감을 나누기도 하지만, 가끔 자신이 그런 부류(?)로 비춰지는 것을 과하게 부정하며 자신이 그런 사람이 결코 아님을 굳이 강조하는 분들도 있다.
나 역시 평생 불안과 공허감, 허무감과 같은 정신적 문제에 시달려 왔지만, 그것을 계속해서 인정하지 않고 회피하며 살아왔다. 평생 인정하고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던 이유는 남과 다른 불안정한 정신적 문제가 나에게서 모든 기회를 빼앗아갈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그닥 좋은 시선으로 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 역시 과도한 불안의 특징이기도 하다. 나처럼 오랫동안 마음의 문제를 안고 살았던 사람은 서로가 서로를 금새 알아본다. 다만 자기 자신을 인정하기 싫은 경우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 대해 동족혐오와 같은 감정을 갖고 대하며 자신이 같이 섞이기 싫다는 것을 애써 강조하게 된다. 세상의 주류, 즉 생산적이고 성취 지향적이며 경쟁적인 사람, 매사에 긍정적인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노력도 많이 한다. 그러나 결국은 자기 자신도, 다른 사람도 속이는데 실패하게 마련이다.
스스로의 상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려 하지 않다보니 마음 속이 늘 불편했을 뿐 아니라 내가 느끼는 나,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 남이 보는 나 모두 불일치하게 되어 이 때문에 또다시 고민이 생겨나곤 했다. 나는 이런 불편감을 해소하기 위해 어느 순간부터 시니컬하고 비판적인 태도를 갖고 냉소적인 말투를 쓰기 시작했다. 은근히 세상이나 사회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하고 현실을 비꼬아서 말하곤 했다. 처음에는 이런 내 말에 통쾌해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나 역시 은근히 쾌감을 느끼곤 했다. 마음이 불편할 땐 이처럼 세상과 사회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에서 독설을 내뱉을 때마다 머리 속에서 쾌감을 느끼는 신경전달물질들이 마구 분비되는데, 이게 반복되면 그런 쾌감 자체에 중독이 될 수도 있다. 내가 바로 그런 상태를 넘나들지 않았을까 싶다. 당연히 그런 쾌감은 일시적일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나를 어두운 사람으로 비춰지는데 일조했을 뿐이었다. 잠깐의 통쾌감으로 웃음을 유발할지 몰라도 결국 냉소적인 독설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없다. 비슷하게 냉소적인 독설가만 끌어들일 뿐이다. 유유상종의 법칙은 어디에나 예외가 없다.
나는 인간의 심리, 뇌과학, 중독, 불안과 같은 키워드에 끌린다. 관련 책이나 논문들을 마치 소설을 읽듯이 재미있게 빠져들어 읽는다. 나의 블로그는 기승전 결국 인간의 마음과 연결되어 끝나고 몸과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지식과 실천적 방법들로 가득하다. 마음 밖의 것, 즉 사회 이슈나 대중 문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 취미, 패션, 연예계 등등에 잠깐 시선이 가도 결국 그것을 어떻게든 내면에 대한 이야기로 잇는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다 보면 모두 공통적으로 처음에는 여행도 많이 다니고 취미 부자에 사람들도 많이 만나서 이런저런 즐거워 보이는 것(?)들을 실컷 해본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마음을 붙이기 어렵다가 결국은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이런저런 방법을 찾다 명상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 모두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나와 같은 사람들이 세상에 이렇게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것 만으로도 서로 위안이 되는 듯 하다.
가끔 치과에서 본 환자분들 중 언뜻 봐서는 이해하기 힘든 증상을 보이는 분들이 계신다. 어떤 50대 여성분은 아무 이유 없이 음식만 먹어도 이가 너무 시려서 못참는 증상이 오래 지속되었다고 하셨다. 그래서 살펴보니 큰어금니가 빠져 있어 그로 인해 나머지 치아들이 어느정도 무리를 받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강한 증상이 지속된다고 보기 어려운 상태였다. 치아와 잇몸 모두 건강할 뿐 아니라 구강 내에 다른 이상도 없었다. 그래서 조심스레 다른 전신질환 여부를 여쭤보니 대장암 4기라고 덤덤하게 말씀하시더라. 주기적으로 항암 치료를 받는다고 하셨다. 항암 치료 자체가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을 과도하게 올리는 치료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로 인한 부작용이 바로 면역 세포가 우리 몸 곳곳을 공격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치아 신경마저 공격을 받아 늘 예민한 상태일 수 있다. 나는 당황해서 대충 그렇게 말씀드리고 치아나 잇몸 자체의 문제는 아닙니다, 라고 어버버 하며 반복해서 말씀 드렸더니 이 분은 내가 당황하신 것을 이해 하신다는 듯이 웃으시며 그럼 할 수 없죠, 하고 말씀하시더라.
성격이 매우 예민하신 분들 중에도 남들보다 치아를 건드리기만 해도 무척 예민하게 통증이나 시린 증상을 호소하시는 분도 계시고, 윗 분만큼은 아니지만 전신질환이 있으신 경우 특히 잇몸이 매우 예민해서 조금만 건드리거나 마취 바늘에 심한 통증을 호소하시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런 분들에게 "엄살 피우지 말고 의지를 갖고 참으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신적인 문제도 이와 다를 바가 없다. 남들보다 더 쉽게 마음이 피로하고 상처 받는 것은 그냥 기질적으로 그런 면이 있거나 뇌에 생물학적인 문제가 발생한 탓이 크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완화하기 위해 마음을 다스리는 훈련을 하는 것은 가능해도 아무리 노력해도 상처를 전혀 받지 않고 마음이 튼튼한 사람이 될 수는 없다. 전신 질환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이와 잇몸이 이유 없이 예민하고 불편하고 마취바늘에 심하게 아픈 것처럼. 여담이지만 아이들 중에 유독 치과에서 마취나 치료를 무서워하는 아이가 있는데 이런 아이 중 끝까지 거부하는 아이는 반드시 돌려보내야 한다. 이미 거기서부턴 치아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는 다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아이에게 '소아 정신과'나 '아동 심리 치료' 를 권하기란 쉽지 않다.
나는 아마 남은 인생동안 불안과 우울에서 벗어나고 무기력과 공허를 극복하기, 마음을 다스리고 편안하게 하지만 즐길 것은 충분히 즐기며 살다 가기 와 같은 것들을 연구하고 관련된 컨텐츠를 즐기다(?) 갈 것 같다. 관련된 컨텐츠라는 것엔 일단 그런 주제로 한 영화와 드라마도 차고 넘치니까 알고보면 꽤 영역이 넓다. 여전히 현실에서 다른 사람에게 이런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게 쉽지 않고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에 대해 경계하게 되지만, 혹 그렇다 하더라도 나를 바꿀 수는 없는 법이니까, 어쩔 수가 없다. 지겹더라도 이런 주제로 더 연구하고 더 많은 글을 쓰고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