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어떻게 해야 불안-중독 사이클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우선 불안은 기질적인 부분이 크며, 같은 상황에서도 남들보다 훨씬 더 불안을 심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도 그렇지만 대개 자신이 불안에 더 취약한지 여부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과거 오감 자극이 많지 않은 환경, 급격한 변화가 없던 시절엔 이같은 기질적인 불안이 예민하게 주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포착해 전체 집단을 위험에서 벗어나도록 알려주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자극이 넘치며 변화가 빠른 시대를 맞이하며 이런 기질은 더 많은 사람들을 불안 - 중독 사이클에 빠뜨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 어찌 되었든 자기가 쉽게 불안에 빠지기 쉬운 기질을 타고났으면, 이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장이나 폐가 안좋게 태어난 사람이 무리하게 마라톤 경기에 참여할 필요가 전혀 없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마라톤을 위한 평소의 달리기 훈련이 건강을 더욱 향상시키고 마라톤 참여로 인한 성취감을 줄 수도 있겠지만, 심장과 폐가 안좋은 사람에겐 괜히 건강만 악화시킬 뿐이다. 마찬가지로 기질적으로 불안한 성향을 타고났다면, 그렇지 않은 보통의 사람들처럼 불안한 행동이나 불안을 유발하는 인생 여정을 걸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전쟁 중이거나 극심하게 가난한 상황이 아닌 한, 욕심을 낮추면 불안을 최대한 피해 살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욕심을 버리는 길을 선택할 용기이다. 욕심을 버리는 길은 보통 남들이 주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극도 별로 없고 심심한 길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욕심을 버리고 불안을 낮추는 선택들은 모두 그만한 용기가 필요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불안한 기질을 타고날수록 불안-중독 사이클에 쉽게 빠진 상태가 되어 욕심을 부리면서까지 불안을 온 몸으로 마주하는 길을 걷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자기 몸에 안맞게 무리를 하니 주변에서는 '욕심쟁이' 라는 딱지가 붙기 마련이다. 이것이 불안-중독 사이클의 무서움이다. 몸과 마음도 망치고 주변의 평판까지 망쳐서 인생 전체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빠져나오기 힘든 것은 이 상태에선 평소 기분과 감정의 기본값이 불편함, 괴로움 등 늘 금단 상태에 있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욕심을 버리지도 못하면서 끊임없이 불안 속으로 자신을 내몰면서도 빠져나올 수 없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흔히 떠오르는 착각이 '내가 더 현실적인 조건이 좋았으면 이런 선택을 하지 않고 내게 더 맞는 길을 선택했을텐데..' 이다. 이게 착각인 이유는 이런 막연한 바램과 공상 자체가 불안 - 중독 사이클에 빠진 상태의 전형적인 증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예술의 길을 가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상황이 좋지 않아 그 길을 포기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아쉬워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정말로 평온한 상태에서도 예술이 자신의 길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오히려 다른 일을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틈틈이 얼마든지 예술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마 그렇게 취미로 하는 예술 활동은 어딘가 부족하고 소위 '멋이 없게' 느껴질텐데 그게 바로 불안 - 중독 사이클에 빠져서 예술 활동을 자신을 구원해줄 대상 - 원하는 것만 과도하게 커진 - 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예술이든 문학이든 뭐든 인생을 건 모든 길은 모두 외롭고 고독하고 고통이 가득하다. 불안 - 중독 사이클에 빠진 상태에서는 그런 길의 실체가 눈에 제대로 보일리도 없고, 그 길을 가는 도중 조금만 괴롭고 고통스러워도 금새 포기하게 된다. 그래서 불안 - 중독 사이클에 빠진 경우 '취미 부자' 가 되거나 '여행' 등에 몰두하며 그것이 자신의 길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취미든 여행이든 모두 불안 - 중독 사이클에 빠진 이들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달콤하고 시원함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은 과거 많은 부모들이 '내가 아이 때문에 나의 길을 포기했다' 거나 '가난 때문에 나의 길을 포기했다' 라는 말은 정말로 극심하게 힘든 상황 - 아이가 선천적인 장애가 있거나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전후의 상황 - 이 아니고서야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보다는 애초에 불안 - 중독 사이클에 빠져 있는 상태라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나 길을 만나본 적이 없는 상태였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이 옳다. 물론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여유로웠으면 무엇인가를 추구하며 살았을 수 있겠지만, 그것은 불안 - 중독 사이클에서 벗어난 후에야 찾을 수 있다.
이는 풍요로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요즘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게 없다' '삶의 방향을 잃은 것 같다' 라고 느끼는 것은 아마도 불안 - 중독 사이클에 중독된 상태인 탓도 클 것이다. 스마트폰을 켜면 늘 우리의 시선을 빼앗는 컨텐츠를 찾아볼 수 있고, 세상엔 맛집도 넘쳐나며, 즐길 수 있는 취미 생활과 여행도 가까이 있다. 그런 한편으로 세상은 점점 더 치열한 경쟁 속으로 개인들을 밀어넣으며 잠시라도 쉬면 뒤쳐질 것같은 공포와 불안을 조장하고 있는데, 이 둘은 결코 별개가 아니다. 끊임없이 자극적인 컨텐츠, 넘쳐나는 맛집, 다양한 취미와 여행 상품은 결국 해당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탄생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 이유는 경제 구조의 급격한 변화로 부의 이동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일어나고 있어서다. 이런 시대 속에서 불안에 더욱 취약한 사람들은 더더욱 불안 - 중독 사이클에 빠져 공허, 허무의 늪으로 침잠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불안 기질이 높은 사람들은 이같은 세상의 구조를 이해하는 한편, 어쩔 수 없는 부분을 과감히 포기하고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을 용기를 가질 필요가 있다. 불안을 조장하는 사람, 나의 불안을 자극하고 키우는 사람들에게서 과감히 벗어나고, 욕심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덜 불안한 길을 찾아 가야 하는데 이 때 필요한 것은 끈기나 인내심 같은 모호한 마음 가짐이 아니라 오직 하나, 내 마음 속 불안을 인지하는 것이다. 친구를 선택할 때, 연인이나 배우자를 선택할 때, 내 인생을 결정할 전공이나 직업, 그 외 여러가지로 표현될 수 있는 인생의 길을 선택할 때 마음이 편한가? 매우 불안하지만 얻을 것이 많기 때문에 그것을 선택하는 것은 아닌가? 이같은 질문에 대한 답은 자기 자신만이 할 수 있다.
그 외 자극적인 음식을 줄이거나 생활 운동을 자주 하는 것, 충분한 수면을 유지하고 그러기 위해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은 몸과 뇌의 건강을 늘 유지하기 위해 필수다. 불안 - 중독 사이클에 빠지면 기분 장애를 겪기 쉬워서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힘들어지고 충분한 수면도 어려워진다. 자극적인 음식은 몸 속 염증을 자주 일으켜 뇌에도 자주 염증을 일으키기 마련이며, 특히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자극적인 음식을 습관처럼 먹는 것은 불안 - 중독 사이클에 더욱 깊게 빠져들게 만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명상이 도움이 되는데, 명상 자체가 '원하는 마음이 과해지는 것을 막고 현재의 감각에 머무르는 경험' 이 무엇인지를 느끼도록 도와준다. 명상의 효과에 대해서는 신경과학 분야에서도 많이 연구되고 있으나 아직도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추정 영역에 머물러 있다. 여태껏 나온 이론으로는 관심이 과도하게 내부로 쏠리는 것을 막아주고 현재 오감으로 느껴지는 감각을 일깨운다든지 편도체 과활성화를 줄여준다든지 원함과 즐거움 사이의 간극을 막아준다는 등 다소 추상적인 설명만이 가능하다. 이 역시 뇌의 작동 방식을 정교하게 관찰할 기술이 부족한 현실에서 비롯된다. 다만 기전은 모르지만 방향성은 뚜렷하다. 명상이 불안을 줄여주는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는 점점 더 축적되고 있다.
경계해야 할 것은, 세상에 불안을 해결해줄 완전한 해법이 어딘가에 있을 거란 착각이다. 그런 완벽한 답을 찾고 싶은 마음 자체도 불안 - 중독의 전형적인 증상에 불과하다. 인생은 늘 약간의 불안 속에서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는 어둠 속을 희미한 불빛으로 밝히며 나아가는 여정이며, 세상 누구도 자신의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은 진리이다. 우리 중 누구도 앞으로의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으며, 그 누구도 다음 날 자신이 살아있을 거라고 확신할 수 없다.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비로소 불안에서 벗어난 상태로 보면 크게 무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