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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

전환점을 돌며

탐구의 시간은 끝났다.

『백년 허리』로 유명한 정선근 서울의대 정형외과 교수는 그의 책에서 허리 디스크 치료를 오랜 시간 연구한 이야기를 풀어낸 바 있다. 그는 허리가 안 좋은 사람들을 위한 척추 위생, 즉 요추 전만 자세를 강조했다. 엉덩이에서 척추를 지나 뒤통수로 이어지는 라인이 C자를 이루도록 하는 자세다.

나 역시 자잘한 허리 통증을 꽤 오래 겪었는데, 이 책을 한 번 읽고 바로 실천에 옮긴 뒤로는 한 번도 문제를 겪지 않았다. 물론 이건 내 허리가 우연히 이 책이 주로 설명하는 대상에 맞는 경우였기 때문이다. 다만 어느 정형외과에서도, 허리를 전문으로 본다는 마취통증의학과에서도 아무 효과가 없던 것이 자세 하나를 유지하니 깔끔히 사라져서 황당하긴 했다.

그런데 요추 전만 자세가 허리에 좋다는 이론의 기원은 1948년 스웨덴 의사 오케르블롬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뒤 1956년 뉴질랜드 물리치료사 맥켄지의 반복 신전운동 관찰, 1969년 스웨덴 물리치료사 자크리손의 척추 위생 개념, 2001년 캐나다 운동역학 교수 맥길의 동물 실험을 거치며 효과가 입증되어 왔다. 우리나라에서 이 자세가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데는 정선근 교수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보이는데, 결국 2010년대 후반이 되어서야 대중에게 퍼지기 시작했다. 대체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

우선 척추 디스크 환자를 정확하게 분류해서 진행한 연구가 오랫동안 부족했고, 요추 전만 자세가 어떤 사람에게 좋은지도 명확히 규정하기 어려웠던 탓으로 보인다. 2010년대 즈음 한국에서 척추 디스크 수술이 갑자기 늘어났는데, 수술을 받은 사람들 중에는 지금 기준으로 굳이 받을 필요가 없던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그 시기에도 학계와 임상, 그리고 진료를 심사하는 기관 쪽에서 굳이 수술할 필요가 없는 환자에게 수술이 과도하게 이루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뚜렷한 학술 근거가 드물었고 일선 임상에서 진단도 제각각이어서, 누구도 무엇이 맞다고 강하게 주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허리 통증에 대한 근거와 임상 치료 기준에서 꽤 많은 불일치가 있어서 전세계적으로 척추 치료가 과잉으로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 Lancet 저널의 연구도 있다. 한국에서 정선근 교수의 책이 유명해진 데는 그의 유머러스한 화법과 글솜씨 못지않게, 서울대 교수라는 위치가 대중적 확산에 유리하게 작용한 면도 있었을 것이다.

사람을 치료하거나 고통을 줄이기 위한 여러 의료적 처치와 민간요법, 그 밖의 다양한 건강 행동들은 아무리 전문가에 의해 개발되었다 해도 모두 한계가 있다. 인간의 몸과 건강과 질병에 대한 학문이 과학적 근거를 갖추고 급격히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채 100년도 되지 않았고, 그 기간 중에서도 앞의 60~70년은 시동을 거는 시간에 가까웠다. 연구를 하거나 치료를 시도한 사람들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지식과 기술의 수준이 인간의 몸을 상세히 탐구하기에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건강을 향상시키고 질병을 치료하고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인류가 오랫동안 쌓아온 그 어떤 지식과 기술도 완벽하지 않으며, 어떤 사람에게 효과가 있어도 내 몸에는 효과가 없을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누군가에게 효과가 있다 해도 그것이 입증되기까지는 척추 위생의 사례처럼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만큼 인간의 몸은 복잡하다. 어쩌면 과학적 방법을 비롯한 모든 학문적, 경험적, 기술적 방법을 동원해도 인간의 몸을 어느 수준 이상 파악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더 많이 알고 더 깊이 탐구할수록, 누군가의 몸이나 마음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규정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확실한 방법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알게 된다. 어느 분야에서든 전문가가 될수록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유독 사람의 몸에 대해서는 이상할 정도로 확실하게 원인을 알고 정확한 해결법을 안다고 주장하는 이들을 자주 보게 된다.

사실 그건 영업 노하우에 가깝다. 몸이나 마음의 문제로 오랫동안 고민하고 이런저런 시도를 해본 사람은, 확실한 해결책을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자석처럼 끌린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에게는 믿음을 주고, 오히려 진실에 더 가까워진 사람, 즉 알수록 완벽한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은 믿지 못하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기도 하다. 특히 오랜 시간 고통을 받아 몸과 마음이 지치고 늘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러니 누군가 확실한 해결법이 있다고 주장한다면, 마음이 여린 고객을 모집하는 중이구나 하고 넘기면 그만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전문가주의와 전문가의 권위의식이 강하고, 사람들 역시 자신의 경험과 다르더라도 적극적으로 반박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다. 조금씩 사라지고 있긴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개인이 자기 몸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를 빼앗을 뿐 아니라 인간의 몸에 대한 학문과 기술의 발전에도 장애가 된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그건 시간이 필요한 영역이다. AI의 발전이 그 시간을 조금 당겨주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걱정과 생각이 많고, 이따금 찾아오는 불안과 공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오랜 시간 공부하고, 치료도 받고, 여러 시도를 해보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결국 마음의 문제 역시 누구도 답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그리고 인간의 몸 중에서도 뇌에 대해서는 다른 영역보다 연구가 부족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만큼 뇌가 복잡하고 기술적으로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아무나 적당히 공부하고 아무렇게나 말하기 쉬운 영역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마음의 문제로 고통을 겪는 사람이 어느 정도인지, 문제가 있다 해도 그것이 반드시 치료해야 할 문제인지, 아니면 진화의 과정에서 다른 기능과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부여받은 특성으로 봐야 하는지, 그렇다면 어느 수준까지가 그런 것인지 누구도 확실히 말할 수 없다. 어디까지가 유전의 문제이고 어디서부터가 자라며 받은 상처나 살아오며 겪은 부정적 경험 때문인지도 모호한 상태다. 약이나 식단 관리, 운동, 생활 습관의 변화, 인생 경로의 변화가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겠지만 끝까지 해소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어쩌면 이번 삶에서 그것을 굳이 해소할 필요가 없는 근본 원리가 숨어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세계적인 신경과학자나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 자기계발 강사의 조언도, 종교계 권위자의 조언도 하나의 참고 사항이자 들어두면 좋은 말일 뿐이다. 제약회사들이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며 이제는 과거에 금지되었던 사이키델릭 계열까지 연구하는 이유도, 마음의 문제가 그만큼 다루기 까다롭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급격한 시대 변화나 개인의 주변 환경이, 쉽게 조언하기 어려운 수준의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취약한 사람에게 가하는 경우도 많다.

결국 오랜 시간 개인적으로 탐구한 끝에 얻은 답은, 마음의 문제에 최종 답 같은 건 없다는 사실이었다. 부수적으로 깨달은 것을 꼽자면 다음과 같다. 인생은 답을 찾아가는 길이 아니라는 것, 또한 삶이 불공평하다는 말은, 한국보다 훨씬 불리한 조건으로 가득한 나라에서 온갖 악조건을 안고 태어난 누군가가 타고난 정서적 금수저로 행복하게 살다 갈 수도 있다는 뜻이라는 것. 그리고 모든 사람의 조언은 저마다 들을 가치가 있지만, 그 어떤 조언에도 그 자체로 답은 없다는 것이다.

답이 없다면 정할 수 있는 것은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가 뿐이다.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흥미에 집중하고 부정적인 면은 의식적으로 덜 들여다보는 것. 회피하는 느낌이 들더라도 그렇다. 흥미가 있는 일이 무엇이든 반드시 그것을 지속하거나 언젠가 잘하게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흥미가 없는 일은 아무리 시간이 지난다 한들 계속할 수도, 잘하게 될 수도 없다. 언젠가는 결국 놓게 되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정적인 면을 들여다 봐야 소용 없는 것은, 오랜시간 인류가 밝히려 노력했지만 그러지 못했던 것을 이 짧은 인생동안 밝히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다.

REFERENCES

Foster N, Anema J, Cherkin D et al. Prevention and treatment of low back pain: evidence, challenges, and promising directions, The Lancet, 2018; 391, 2368-2383

McEvoy PM, Hyett MP, Shihata S, Price JE, Strachan L. The impact of methodological and measurement factors on transdiagnostic associations with intolerance of uncertainty: A meta-analysis. Clin Psychol Rev. 2019 Nov;73:101778.